화투파는곳 멈추어 선 갈염의 몸에서 강력한 기운이 뭉클뭉클 일어나고 있었다. 그것을 그대로 받아내는 청풍이다. 그가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무(武)의 증명이 곧 숭무련의 정의라 들었습니다. 자신이 있다기보다는 지닌 바 무공을 보여 드릴 뿐이겠지요." 화투파는곳 "하! 재미있는 말이다. 못 보는 사이 말솜씨도 늘었어." 갈염의 기세가 세상을 덮을 만큼 커져가는 데에도 청풍의 기파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조금도 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유롭게까지 느껴지는 그 모습 청풍의 무력에 만족했다는 듯 갈염이 자신의 기세를 거두어들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화투파는곳 "령아를 데려가기 위해 비무를 청한다. 그런데 묘하군. 그것은 비무라고 부르지 않지." "........?" 화투파는곳 "비무라니 그것은 비무가 아니라 납채(納采)야. 아니지 납채는 중매인이 와야 되는 것인데 본인이 직접 온 만큼 그렇게 보기도 어렵겠어. 차라리 비무초친(比武招親)이라 말하는 것이 옳겠군." "비무초친...." 화투파는곳 납채란 혼인 육례의 하나로서 남자가 여자의 집에 서신을 통하여 혼례 의사를 묻는 절차를 뜻한다. 그렇게 본다면 청풍의 행동은 분명 비무초친에 가깝다. 비무를 통해 신부를 얻는 것 송대의 무가(武家)들에서 행해지곤 했다던 비무초친의 일화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무엇이 되었든 나와 할 이야기는 아니겠지. 만나볼 사람이 따로 있겠어." 화투파는곳 "아 계십니까?" "그래 있지. 이곳에. 하지만 대사형은 널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화투파는곳 갈염이 말하는 대사형. 그것은 다름 아닌 서영령의 아버지 서자강을 말함이었다. 내원 문을 열고 들어가 청석 바닥을 가로질렀다. 안쪽까지 들어가자 멋진 위용을 자랑하는 한 채의 전각이 보였다. 화투파는곳 '산서신협....!' 전각문을 열지 않아도 그의 존재감을 느낄 수가 있었다. 화투파는곳 갈염도 그런 청풍의 기색을 눈치챈 듯 엷은 미소를 지었다. 갈염의 지시에 전각 앞을 지키던 무인들이 문을 열었다. 그리고 마침내 만난다. 산서신협 서자강이 거기에 있었다. 화투파는곳 "선서신협 서자강 대협을 뵙습니다. 화산파 청풍입니다." 포권을 취하고 고개를 숙이는 청풍의 모습에는 정중함이 가득했다. 화투파는곳 그때처럼 비 내리는 흙탕 위에서가 아니라 완전하게 격식을 갖춘 모습이었다. 청풍의 복장 역시 전에 없던 성장(盛裝)으로 꾸며져 출중한 외모를 더욱더 돋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그 아이에게 들었다. 여기까지 올 것이라 하여 믿지 않았더니 진실로 나타났군." 화투파는곳 "당연히 와야만 하는 일이었을 따름입니다." "당연히 와야만 하는 일이었다?" 화투파는곳 "약속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가. 하지만 나는 자네를 죽이려고 했었다. 그것을 잊지 않았겠지?" 화투파는곳 "지나간 일입니다." "지나간 일이라도 별반 달라진 것은 없어. 그러니 이곳은 말하자면 자네에게 있어 적진이다. 자네는 적진 한가운데서 대체 무엇을 구하고자 하는 것 인가." 화투파는곳 "적진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무공의 증명을 통해 반려를 찾아가길 원할 뿐입니다." 청풍의 목소리는 맑고 정대하여 일 푼의 망설임도 없었다. 화투파는곳 정식으로 청혼하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서자강의 눈에 섬광이 떠올랐다. "그것은 내 딸을 말함인가?" 화투파는곳 "그렇습니다." "비무를 청하여 원하는 것을 얻겠다...... 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내 딸을 데려가서 자네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화투파는곳 "제가 할 수 있도록 허락된 모든 것을 해주겠습니다." 청풍의 진솔한 성품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한마디였다. 화투파는곳 솔직함을 표현하는 데 조금도 어색함을 느끼지 않았다. 서자강으로서도 그러한 대답에는 꽤나 놀란 듯 그 얼굴에 흥미롭다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말로는 무엇이든 못할까. 하지만 자네는 자네가 말한 만큼 내 딸을 행복하게 해줄 수가 없다. 우리는 구파와 가는 길이 다르기 때문이다." 화투파는곳 같은 길을 갈 수 없다. 숱하게 들어온 말이다. 하지만 청풍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쭉 생각해 왔던 바다. 청풍이 고개를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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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초를 바라보는 황보군악의 눈은 마치 잘 큰 자식을 보는 것과 같았다. 그만큼 자신의 역작이 자랑스럽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화투파는곳 남궁서령은 그렇게 속 편하게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본래 한 문파 정도의 주인만 돼도 쉽게 말을 하지 않는다. 아랫사람에게 툭 화투파는곳 툭 내뱉는 것만 같은 말투이지만 그 속에는 남다른 의미가 숨어 있기 일쑤이다. 그 속에 담긴 말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다면 언제 토사 화투파는곳 구팽당할지 모르는 게 세상의 이치였다. 더구나 황보군악처럼 절대 군 주의 위치에 오른 자라면 더더욱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때문에 남궁 화투파는곳 서령은 황보군악의 말속에 담긴 뜻을 헤아리기 위해 머리를 최대한 굴 려야 했다. 화투파는곳 '지금 맹주는 나를 책망하고 있다. 맹주가 책망할 일은?' 화투파는곳 그녀가 머리를 굴리는 와중에도 황보군악의 말은 이어졌다. 화투파는곳 "본래 이 녀석은 남만에 사는 여인들이 사냥에 나선 남자를 기다리 면서 키우는 꽃이지. 무척이나 아름답게 보이는 이 꽃이 복수초라고 화투파는곳 불리는 이유는 혹여 사냥 나간 남자가 변심을 하거나 부족을 배신했을 때 이 꽃의 독초를 추출해 응징했기 때문이지. 복수초의 무서움은 결 화투파는곳 코 사람을 단숨에 죽이지 않는다는 것이야. 온몸의 신경이 가닥가닥 끊기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 삼 일 밤낮을 고통 받다가 죽기 때문에 남 화투파는곳 만의 부족민들은 차라리 참수를 당할지언정 복수초에 당하는 것은 기 피하지. 그래서 복수초 앞에서는 배반이란 있을 수가 없지." 화투파는곳 주르륵! 화투파는곳 황보군악의 말을 듣는 그녀의 등골에 한 줄기 식은땀이 흘러내라고 있었다. 화투파는곳 지금 황보군악은 복수초에 비유해 남궁서령을 책망하고 있는 것이 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가 빼돌린 막고여 때문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화투파는곳 없는 사실이었다. 화투파는곳 남궁서령이 급히 황보군악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맹주님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소녀가 그만 눈이 멀어 맹주부의 중 화투파는곳 요한 죄인을 빼돌리고 말았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화투파는곳 고개를 숙이고 대죄를 청하는 남궁서령. 황보군악은 그런 남궁서령을 흥미롭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인자한 화투파는곳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화투파는곳 "허허! 나이 든 사람이 이게 웬 추태인가? 어서 일어나게나. 남들이 보면 노인네가 젊은 처자를 희롱하는 줄 알겠네." 화투파는곳 "맹주님!" "지나간 일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어리석은 자들이나 하는 것 화투파는곳 이지. 일어나게.' 화투파는곳 황보군악이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부복하고 있던 남궁서령 의 허리가 저절로 펴지면서 일어났다. 화투파는곳 남궁서령은 기겁을 했다. 내공을 극성으로 끌어 올렸음에도 불구하 고 자신의 몸이 의지를 벗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투파는곳 '이미 맹주의 공력은 신화경(神化境)에 접어들었다. 도대체 이 사람 화투파는곳 은...' 의지만으로 공력을 수발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황보군악의 내공이 화투파는곳 인간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무공이 이 정도 경지 라면 아무리 내공을 써도 마르지 않을 것이다. 화투파는곳 도대체 오대세가에서 어떻게 이런 초인이 태어났다는 말인가? 남궁 화투파는곳 서령은 생각하면 할수록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화투파는곳 "그냥 물어봤으면 어련히 알려 주었을 텐데. 내가 그렇게 못 미덥던 가?" 화투파는곳 "아닙니다. 맹주님. 속 좁은 아녀자의 식견으로 맹주님의 고견을 감 히 읽지 못했습니다. 속 좁은 저를 처단해 주십시오.' 화투파는곳 "허허! 자네에게 벌 줄 게 무에 있겠는가? 이미 남궁세가가 그 대가 를 치른 것을..." 화투파는곳 인자하게 말하는 황보군악. 하지만 남궁서령은 그의 말속에 숨은 뜻 화투파는곳 을 읽었다. '만약 본가가 화를 입지 않았다면 맹주께서 직접 손을 썼을 것이다. 화투파는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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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장도(長道)에 무운을 빌겠어.” 청풍이 굳게 고개를 끄덕였다. 화투파는곳 돌아오기가 무섭게 다시 강호로 나가는 그다. 서영령. 화투파는곳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렸으면 되었을 것을. ‘아니다. 내 잘못이야.’ 화투파는곳 하지만 청풍은 그녀의 탓을 할 수가 없었다. 장강에 갔다는 청풍 소식에 얼마나 애를 태웠을까. 화투파는곳 얼마나 걱정했기에 화안리를 박차고 나갔을까. 얼어붙은 땅. 화투파는곳 대지를 가르는 청풍의 발길에 서영령을 향한 애잔한 감정이 뿌려지고 있었다. 화투파는곳 청풍은 바람과 같았다. 연사암까지 직선으로 주파하여 순식간에 연공사까지 올랐다. 화투파는곳 향화객의 발걸음이 뚝 끊긴 사찰이다. 그러나 향화객이 없더라도 스님들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이다. 불 타버린 잔해의 가운데에서는 벌써부터 뚝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화투파는곳 불심이다. 재건의 의지였다. 화투파는곳 언제 비검맹의 습격을 받을지 모르는데도 절을 되살리려는 승려들의 용기가 대단했다. 부처님에 대한 견고한 믿음이 아니고서야 보일 수 없는 행동이었다. 청풍은 곧바로 산문을 넘어 본당으로 향했다. 화투파는곳 목재(木材)를 나르고 망치질을 하던 승려들이 하나 둘 청풍을 알아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몇 마디가 오가는 듯싶더니 초로의 승려 하나가 황급히 달려 나와 청풍의 앞에 섰다. “은공께서 오셨습니까!” 화투파는곳 “은공이라니 과분한 말씀입니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도 주지 스님께서 기다리고 계셨답니다. 이 쪽으로 오십시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화투파는곳 반가움에 가득한 목소리였다. 청풍은 일순간 망설였다. 화투파는곳 연공사 주지까지 만나는 것은 계획에 없었던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되물었다. 화투파는곳 “주지 스님께서 기다리고 계셨다니요?” “한참이나 기다리고 계셨지요. 이제야 화산에서 기별이 오다니……! 하나 늦은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은공께서 직접 오실 것이라고는 생각지 화투파는곳 못했던 것이지요.” ‘기별……?’ 화투파는곳 청풍은 당황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과 부딪치고 있었다. 화투파는곳 그가 이곳에 온 것은 그런 이유에서가 아니었다. 서영령의 행방을 알기 위해서였던 것 외에 다른 뜻은 없었다. 한데 화산의 기별이라니 도통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화투파는곳 “잘 모르겠군요. 전 이곳에 한 사람을 찾으러 왔을 뿐입니다.” “아 화산에서 오신 것이 아닙니까?” 화투파는곳 길 안내를 자처한 승려의 얼굴에 곤란함이 찾아들었다. 청풍 이상으로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화투파는곳 머리를 스쳐 가는 느낌 청풍이 얼굴을 굳히며 되물었다. “화산에서 온 것은 맞습니다만… 뭔가 착오가 있으셨던 모양인데……. 혹시나 하여 묻겠습니다. 그때의 일 이후 화산에서 온 사람이 저 말고는 없었습니까?” 화투파는곳 “예 그랬지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은공께서 오신 것이 처음입니다.” 당혹감에 이어 찾아온 것은 놀라움이었다. 화투파는곳 이상했다. 화산에서 아무도 오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청풍이 다시 한 번 질문했다. 화투파는곳 “화산에서 아무도 오지 않았다니… 비검맹의 동향도 그러합니까?” “그 그것이…….” 화투파는곳 승려의 얼굴에 깃들었던 곤란함이 더욱더 짙어졌다. 청풍의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서북쪽 먼 곳 화산파가 있는 쪽을 향하여 돌아갔다. ‘어째서……?’ 화투파는곳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화산파는 왜 움직이지 않았나. 화투파는곳 문제를 크게 만들지 않으려는 것은 십분 이해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곤란한 처사다. 적어도 연공사에 만큼은 화산 무인들을 보내놓았어야 했다. 장문인의 생각을 읽기가 어려웠다. 화투파는곳 연공사는 비검맹의 습격을 받은 곳이다. 일단 개입하여 비검맹의 행사를 방해했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했다. 연공사를 비호하게 된 이상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반드시 따라야만 했다는 말이다. 이대로 버려두면 연공사는 또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화투파는곳 비검맹의 영역에서 지척인 곳 항시 위험에 노출되어